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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꽃 False Starwort

17,000원

《Gathering Flowers》는 디자이너 신해옥의 관심과 태도가 디자인의 방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양한 협업자들과 함께 담은 프로젝트다. ‘(신중하게) 꽃을 모으듯’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필자의 다양한 글을 선별하여 한데 묶은 출판물, 선집의 어원인 ‘anthologia’에서 빌려온 프로젝트의 제목은 디자이너를 작업자이자 저자로서 바라보는 프로젝트의 접근과 태도를 은유한다. 디자이너는 작업자로서 사물과 현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수집하며, 이를 시각언어로 잇고 배치하는 편집 과정을 따라 구조를 짓는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 사고를 가진 저자로서 시각물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경험을 생산해 내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의 이러한 수행적 실천에 주목한다.

프로젝트는 디자이너 신해옥이 수집한 말, 생각, 이미지를 담은 글과 이미지 뭉치 「개별꽃」을 씨앗 삼아, 이를 해석하는 협업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변형되고, 상이한 생각과 구조를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따라서 이들은 이미 수집된 말과 생각을 신체와 공간이라는 다른 매체로 전환하는 매개자라기보다는, 「개별꽃」을 해석하여 다시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냄으로써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만드는, ‘꽃을 모으는’ 생산자가 된다.

동명의 출판물 『개별꽃』은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던 신해옥의 「개별꽃」을 비롯하여 이를 건네어 받은 협업자들의 생각과 언어가 틔워낸 ‘꽃’을 모은 선집이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된다. 책의 전반부에 수록된 신해옥이 작성한 「개별꽃」은 성격이 다소 다른 세 꼭지의 글로 이뤄진다. 첫 번째 꼭지에서는 편집자이자 생산자로서 디자이너의 활동을 ‘선집’에 비유하여 앞으로 전개될 글을 소개하고, 이어서 자신의 관심사와 디자인 방법이 느슨히 또 긴밀히 연결되는 수집한 글과 이미지들을 주관적인 당위에 따라 타래처럼 펼쳐 놓는다. 마지막 꼭지는 이 과정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결과물로서 새롭게 배치되고 응집된 구조의 책을 익명 저자의 시점에서 탐험하는 픽션으로 마무리한다.

후반부에 이어지는 세 편의 글은 신해옥의 활동으로부터 출발하여 점차 그 개념을 확장하며 디자인의 구조적, 수행적 측면 등 주요한 관점을 살핀다. 김뉘연은 신해옥의 책 작업을 열고 닫히는 순간마다 동기화되는 사물로 바라보고 이를 양손으로 펼쳐낸 독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적절한 지침을 안내한다. 책에 담긴 내용이 아닌 책이 지어진 구조 자체를 여러 각도에서 면밀히 들여다보고 감각하듯 서술한다. 린다 판 되르선은 그의 디렉토리 어딘가에 저장된 세 장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이를 추적하는 듯한 글쓰기를 선보인다. 본래의 맥락에서 탈각된 개별 이미지에 길게 늘어뜨린 설명을 덧붙여서 이미지와 글이 공생하는 디자이너의 '시각적 방황'을 중계한다. 이미지와 활자가 서로 접합되어 한 줄기에서 흐르는 모양새가 신해옥의 「개별꽃」에서 보이는 편집자적 면모와 닮아있다. 구정연은 디자이너가 생산한 아티스트 북에 대한 질문으로 글을 연다. 그는 2006년 인사미술공간에서 개최된 《큐레이터의 사물함》과 연계하여 슬기와민이 제작한 『A REVISED INVENTORY』를 경유하여 책의 구조를 통해 특정한 읽기의 행위를 추동하는 것이야 말로 디자이너의 실천이자 디자인의 수행성이라 주장한다.

「개별꽃」에서 시작된 해석과 편집의 무한 타래는 협업자들의 언어를 따라 여러 차원을 지나 다시 책 『개별꽃』으로 귀속되었다. 마지막으로 개별꽃이 인쇄된 책갈피를 책 속에 끼워 독자들에게 건넨다. 책갈피를 움직이는 손을 따라 지면을 이동하며 이 타래의 구조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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