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ANG PROGRAM - THERE IS NO MORE SNOW ON THE TELEVISION

© 2025. HELICOPTER RECORDS. ALL RIGHTS RESERVED. © 2025. CORD.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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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NG PROGRAM - THERE IS NO MORE SNOW ON THE TELEVISION
1. Bud
2. Scarf
3. I Don’t Die Young
4. Feed Me
5. Trashcan Live
6. Everyday We Are
7. The Sun Walks
8. TV Snow
이도 저도 아닌 | 강희영(소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까페에서 이어폰을 끼고 쾅프로그램의 신보, ‘there is no more snow on the television’을 처음 들었는데, 실내배경음악이 제 홀로 거리두기를 거부하고 이어폰과 귓구멍 사이 좁은 틈을 파고들었다. 그 쉽고 선명한 멜로디는 나로 하여금 그와 반대되는 상황을 상상하게 했고, 나는 오히려 그 덕분에 들리는 소리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그들의 새 앨범을 크게 틀어놓은 작은 방 안에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하얗고 매끈한 하이테크가 주황색 말랑한 귀마개로 단숨에 변모하고 말까. 혹 지금처럼 귓구멍을 파고드는 소리가 있다면, 그건 명료할까, 앙상할까, 먹먹할까. 그 차이는 대체 뭘까.’ 물론 나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트랙리스트를 노트에 순서대로 옮겨 적어 보았다. 모두 영어라서 한국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리고 첫 트랙인 bud에 여러차례 동그라미를 쳤는데, 그건 아무래도 이어폰 생각에 골몰한 탓인 것 같았다. (요즘은 이어폰보다는 이어버드라는 말이 더 선호되는 듯하다.) 그러길 잠시, 나는 무대 위에서 어디다 손을 두어야 할지 몰라 허우적대는 가수처럼 가만히 음악만 듣고 있는 게 어색해져, 문득 쓰다만 소설들을 뒤적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가지가 분명해졌는데, 그건 쾅프로그램의 신보가 쓰다만 소설을 읽는 데 무척 어울린다는 사실이었다. 미완의 것을 살피는 데 이보다 더 알맞은 배경음악은 없을 듯했다. 미완성은 대개 뼈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살이 안 붙은 탓에 그 모양이다. 그러니까 쾅프로그램의 새로운 여덟 트랙은 삐쩍 마른 이야기의 헐렁한 행간에 능청스레 자리를 잡는 데 탁월했고, 나는 그게 꽤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노이즈는 어디서든 쉽게 빈 곳을 찾아 공간을 채운다. 틈을 좁힌다. 은근슬쩍 다가온다. 거리두기를 무시한다. 그렇다. 이건 아무래도 옳지 못하다. 요즘 세상에, ‘거리’를 무시하다니! 따라서 만약 당신이 옳지 못한 것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만들다 만 것들에 자주 둘러싸인다면, 적어도 그러길 바란다면, 쾅프로그램의 신보를 이어버드로 들어봄직하다.
여러차례 음반을 들은 뒤 나는 하나의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듣는데, 듣고 있는데, 듣지 않거나 들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 또렷한 무감각이 어쩐지 전에 없이 반가웠다. 실로 그들이 빠뜨린 음만 차례대로 늘어놓으면 제법 듣기 좋은 멜로디가 만들어질 성싶었다. 그래도 될까. 그게 가능할까. 아무래도 안될 일이다. 그러나 덕분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 망상이 쾅프로그램의 지향점과 정확하게 조응한다는 결론을 말이다. “록의 팝적 형식과 구성에 집중하기보다 그것을 둘러싼 문화가 분출했던 미적이고 문화적인 반작용의 힘을 음악적, 음향적으로 추구”하는 그들이, 곡의 내부보다 그 윤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들은 무엇보다 변죽을 울리는 데 공을 들인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그리고 이번 음반은 이 미적 추구에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하다. 다시 말해, 쾅프로그램의 세 번째 정규앨범 ‘there is no more snow on the television’은 감각적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적 효과들을 능숙하게 누락시킴으로써, 리스너들이 록에 기대하는 관습적인 감흥을 슬그머니 봉쇄한다. 당신은 무언가를 들었다기보다는 무언가를 들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그들이 매만진 소리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 노이즈의 실루엣이 무엇을 뒤덮고 있는지 계속해서 추측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간혹 멀찍이 친숙한 음계가 들린다. 하지만 나는 그게 이어폰에서 나는 소리인지, 그 바깥에서 들어오는 소리인지, 그마저도 아니면 이명에 불과한지 도무지 분간해낼 수가 없다. 그런 불분명함은 6번 트랙 Everyday We Are와 7번 트랙 The Sun Walks를 들을 때 가장 고조되었는데, 시종 규칙적인 비트와 반복음이 앞으로 (혹은 뒤로) 닥칠 무언가를 예고하는 것만 같았고, 나는 이미 수차례 음반을 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랬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랐다. 어디에도 안착하지 않는 소리들. 쾅프로그램은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것을 추구함으로써 도리어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은 소리를 남긴다. 쓸모의 체가 걸러낸 잔여물 위에 불순물을 흩뿌린다. 따라서 나는 그들의 이번 음반에 대해 ‘좋다’고 선언할 수 없다. 그런 말은 뜬금없다. 대신 나는, 침묵에 저항하는 익숙한 강박이 아닌, 침묵을 발견하려는 그 낯선 의지에 안도했다고 고백할 따름이다. 아무것도 듣지 않는 기분. 만끽할 만한 고요다. 아, 그러고 보니 충돌과 폭발의 의성어다, ‘쾅’은. 선율의 잔해가 거리를 무시하고 사방으로 날아간다.
WRITTEN, PRODUCED AND PERFORMED BY TAEHYUN CHOI
DRUM BY KYUNGSOO SEO
‘I DON'T DIE YOUNG’ LYRIC BY JAEYOUNG PARK
‘TRASHCAN LIVE','TV SNOW' LYRIC BY TAEHYUN CHOI
MIXED BY TAEHYUN CHOI
MASTERED BY ROC JIMENÉZ DE CISNEROS OF EVOL
COVER ARTWORK BY JAEYOUNG PARK
2021 HELICOPTER RECORDS
HELICOPTER 0056
PRINTED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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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veryday We Are
7. The Sun Walks
8. TV Snow
이도 저도 아닌 | 강희영(소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까페에서 이어폰을 끼고 쾅프로그램의 신보, ‘there is no more snow on the television’을 처음 들었는데, 실내배경음악이 제 홀로 거리두기를 거부하고 이어폰과 귓구멍 사이 좁은 틈을 파고들었다. 그 쉽고 선명한 멜로디는 나로 하여금 그와 반대되는 상황을 상상하게 했고, 나는 오히려 그 덕분에 들리는 소리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그들의 새 앨범을 크게 틀어놓은 작은 방 안에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하얗고 매끈한 하이테크가 주황색 말랑한 귀마개로 단숨에 변모하고 말까. 혹 지금처럼 귓구멍을 파고드는 소리가 있다면, 그건 명료할까, 앙상할까, 먹먹할까. 그 차이는 대체 뭘까.’ 물론 나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트랙리스트를 노트에 순서대로 옮겨 적어 보았다. 모두 영어라서 한국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리고 첫 트랙인 bud에 여러차례 동그라미를 쳤는데, 그건 아무래도 이어폰 생각에 골몰한 탓인 것 같았다. (요즘은 이어폰보다는 이어버드라는 말이 더 선호되는 듯하다.) 그러길 잠시, 나는 무대 위에서 어디다 손을 두어야 할지 몰라 허우적대는 가수처럼 가만히 음악만 듣고 있는 게 어색해져, 문득 쓰다만 소설들을 뒤적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가지가 분명해졌는데, 그건 쾅프로그램의 신보가 쓰다만 소설을 읽는 데 무척 어울린다는 사실이었다. 미완의 것을 살피는 데 이보다 더 알맞은 배경음악은 없을 듯했다. 미완성은 대개 뼈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살이 안 붙은 탓에 그 모양이다. 그러니까 쾅프로그램의 새로운 여덟 트랙은 삐쩍 마른 이야기의 헐렁한 행간에 능청스레 자리를 잡는 데 탁월했고, 나는 그게 꽤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노이즈는 어디서든 쉽게 빈 곳을 찾아 공간을 채운다. 틈을 좁힌다. 은근슬쩍 다가온다. 거리두기를 무시한다. 그렇다. 이건 아무래도 옳지 못하다. 요즘 세상에, ‘거리’를 무시하다니! 따라서 만약 당신이 옳지 못한 것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만들다 만 것들에 자주 둘러싸인다면, 적어도 그러길 바란다면, 쾅프로그램의 신보를 이어버드로 들어봄직하다.
여러차례 음반을 들은 뒤 나는 하나의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듣는데, 듣고 있는데, 듣지 않거나 들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 또렷한 무감각이 어쩐지 전에 없이 반가웠다. 실로 그들이 빠뜨린 음만 차례대로 늘어놓으면 제법 듣기 좋은 멜로디가 만들어질 성싶었다. 그래도 될까. 그게 가능할까. 아무래도 안될 일이다. 그러나 덕분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 망상이 쾅프로그램의 지향점과 정확하게 조응한다는 결론을 말이다. “록의 팝적 형식과 구성에 집중하기보다 그것을 둘러싼 문화가 분출했던 미적이고 문화적인 반작용의 힘을 음악적, 음향적으로 추구”하는 그들이, 곡의 내부보다 그 윤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들은 무엇보다 변죽을 울리는 데 공을 들인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그리고 이번 음반은 이 미적 추구에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하다. 다시 말해, 쾅프로그램의 세 번째 정규앨범 ‘there is no more snow on the television’은 감각적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적 효과들을 능숙하게 누락시킴으로써, 리스너들이 록에 기대하는 관습적인 감흥을 슬그머니 봉쇄한다. 당신은 무언가를 들었다기보다는 무언가를 들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그들이 매만진 소리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 노이즈의 실루엣이 무엇을 뒤덮고 있는지 계속해서 추측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간혹 멀찍이 친숙한 음계가 들린다. 하지만 나는 그게 이어폰에서 나는 소리인지, 그 바깥에서 들어오는 소리인지, 그마저도 아니면 이명에 불과한지 도무지 분간해낼 수가 없다. 그런 불분명함은 6번 트랙 Everyday We Are와 7번 트랙 The Sun Walks를 들을 때 가장 고조되었는데, 시종 규칙적인 비트와 반복음이 앞으로 (혹은 뒤로) 닥칠 무언가를 예고하는 것만 같았고, 나는 이미 수차례 음반을 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랬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랐다. 어디에도 안착하지 않는 소리들. 쾅프로그램은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것을 추구함으로써 도리어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은 소리를 남긴다. 쓸모의 체가 걸러낸 잔여물 위에 불순물을 흩뿌린다. 따라서 나는 그들의 이번 음반에 대해 ‘좋다’고 선언할 수 없다. 그런 말은 뜬금없다. 대신 나는, 침묵에 저항하는 익숙한 강박이 아닌, 침묵을 발견하려는 그 낯선 의지에 안도했다고 고백할 따름이다. 아무것도 듣지 않는 기분. 만끽할 만한 고요다. 아, 그러고 보니 충돌과 폭발의 의성어다, ‘쾅’은. 선율의 잔해가 거리를 무시하고 사방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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